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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로카고엔(芦花公園)-끈적끈적 메모리(ベトベト・メモリー)

본 포스트는 아마존 기준 상품 설명과 샘플 분량만 번역되어 있습니다. 전문은 아마존을 비롯한 각종 서점에서 구매 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yes24, 아마존 등에서도 단행본 종이책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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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너인 걸까, 나인 걸까? 완벽한 미소년 케이와 노력파 우등생 신의 트라우마극은 나락에 떨어져 간다. 벼랑 끝으로 몰린 절망과 질투로 묶인, 사랑과 환상의 브라더후드!

“뭐, 뭐, 뭐, 뭐야—, 이, 이, 이건.”
터무니없는 망상과 현실이 이리 복잡하고 괴기하게 얽힌 이야기에 독자는 충격을 받을 것이다. – 히가시 마사오(문학평론가)

‘천국에 가셔서도 저와 어머니를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환각에 시달린다——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은 17살 적 케이의 목소리다. 십 대 시절의, 그립고 향기롭고, 동시에 증오스러운 기억이 초라한 고등학교 교사 신이치로의 의식을 지배한다. 살인의 기억에서 수상한 종교, 불법 치료까지, 한계까지 간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세계에서도 기묘한 뇌내 어드벤처. 천재 로카고엔이 주조한 환상과 현실의 아말검(합금)에 독자는 매료될 것이다.


작별의 말

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버지의 최후를 볼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아버지께 추도사를 보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버지께서 긴급 이송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의 복습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강인하시고, 위대하셨고, 저보다 먼저 몸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저는 분명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택시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랐습니다.
현명하게 살아라, 강인하게 살아라, 올바르게 살아라.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논하고, 이끌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내실 없이 공허하기만 한 가식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상론이라거나, 가능할 리가 없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그 말 그대로의 인간이셨습니다.
현명하고, 강인하고, 올바르고, 약자를 가르치며 길을 이끌어 주던 분이셨습니다. 진정한 교육자셨죠. 이 사실을 오늘 모인 모든 분들이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최초의 기억은 아버지께서 저를 업고 병원으로 급히 가 주셨던 일입니다. 피가 흐르고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절 대신해 아버지께서는 냉철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셨죠. 결과적으로 얼굴에 흉터가 남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업고 있던 그 넓은 등과 따뜻함에 제가 얼마나 안심하고 있었는지, 결코 모르실 겁니다.
이렇게 모여 주신 이치후지 학원 관계자 여러분의 슬퍼하는 모습은, 다소 무례할지도 모르겠으나 아버지께서 사랑받고 계셨다는 것과 아버지의 인덕의 증명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은 저의—— 아버지입니다.
분명 아버지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실 테지만, 전 아버지의 말씀대로 현명하고, 강인하고, 올바르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버지,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부디 평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천…… 천…… 천…… 천구…….
역시 말할 수가 없어.
‘천국에 가셔서도 저와 어머니를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말해버렸네요. 하지만 어째서 말했냐고 물으신다면, 농담이라고 자신에게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웃기죠.
웃은 지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사장이 천국에 갈 리가 있겠어요?
그가 왼팔에 끼고 있던 것을 알고 계셨던 분도 많이 계시겠죠. 맞아요. SEIKO 브라이츠 SAGA001. 듀얼 타임 표시 기능이 있는 월드 타임 태양광 전파시계예요. 이건 전 문부과학대신인 오오무라 아리미츠 씨와 맞춘 물건인 것 같아요. 생전 아버지께서 줄곧 자랑하셨죠. 기분이 안 좋네요. 그래서, 그, 소중한, 제 자식과도 같던 손목시계와 함께 염주를 끼고 계셨을 거예요. 그래요, 아버지는 즉 불교 신자셨어요. 불교에서는 천국이 아니라 극락정토로 간다고 하던가요?
죽게 되면 극락정토로 가게 된다는 이야기 말인데요, 극락정토로 가는 건 착하게 산 사람들이에요. 죄가 없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거죠. 아니면 공덕이 죄를 상회할 정도로 높다거나요. 그렇기에 아버지께서는 가실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극락정토에 가는 사람들은 죽은 그 시점에 아미타불께서 데리러 오시지 않나요?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부우, 라거나 피이, 하는 추한 호흡과 함께 죽었습니다. 아미타불께서 오신 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분과 만난 사람이 낼 법한 소리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뭔가 착오가 생겨서 극락정토에 가게 되더라도, 분명 그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극락정토는 황금의 땅으로, 기후는 상춘, 꽃비가 내리며, 항상 기분 좋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꽃도, 나무도, 풀도, 빛나는 것 같은 순수한 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연못에는 연못이 가득 피어 있고, 바닥에는 금이 가득 깔려 있다는 것 같고요.
그리고 강당도 있는데요, 그것도 보물들로 만들어져 있어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모두와 그곳에 모여 웃으며 이야기하거나 부처님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같아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아시겠어요? 그거예요. 극락정토에는 그가 이상으로 삼았던 교육이 없습니다. 그가 쌓아 올린 학교가 없습니다.
그는 교육자였습니다.
제가 언제 어떤 상태였든 상관없이, 자신이 지쳤다 해도 마다하지 않고 교육해 주셨습니다.
현명하고, 강인하고,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그렇게 하면 어리석고, 약하고, 잘못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어떤가요? 이치후지 학생 여러분. 현명한가요? 강인한가요? 올바른가요?
저는 어떤가요? 어떻게 보이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저를 배척하실 건가요? 여기서 제외하실 건가요? 이만큼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데도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보냅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세계로 가실 겁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는 새로운 세계로. 하지만 저는……. 안녕히.
이 기억이 여러분에게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1

“그러니, 여긴 당신이 와야 하는 미궁이 아니에요.”
판이 그렇게 말했다.
염소의 얼굴, 인간의 몸통, 다리에는 비늘. 몇 번을 봐도 아찔해질 만큼 추했다.
“미궁에 누구 전용이라는 말도 있나?”
“그럼요. 여기는 그의 미궁이지, 당신의 미궁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
남자는 힘 있게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눈앞의 괴물은 역시 결국 괴물이라, 인간의 마음 같은 걸 알 리가 없었다.
“미궁이라고 하는 건, 사람이 편히 출입할 수 없는 구조의 건물이지. 즉슨 출입할 수 없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다는 걸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 사람이 한 명밖에 없을 수야 있겠지만.”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미궁에 있어 아무 상관이 없어요.”
판은 비웃음이 섞인 말을 했다. 거친 목소리가 귀를 불쾌하게 통과했다.
남자는 때려버리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판은 남자보다 훨씬 덩치가 컸고, 17살의 남자 정도는 간단히 꺾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일 판이 완전히 미궁에 종속된 생물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정말로 종속된 것이라면,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이곳이 그의 미궁이라 한다면—— 그런 생각을 해 버려 혀를 찼다. 왜냐, 판이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믿으려 하는 것인가, 아무 근거도 없는데도!
“애초에 당신은 이 미궁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계시지 않을 거예요.”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미궁에 열쇠가 필요하다고?”
“가지고 있지 않으시죠?”
판은 남자의 말을 끊고 도발하듯 말했다.
남자는 승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열쇠겠지.”
판의 눈 바로 앞에 내밀었다.
SEIKO 브라이츠 SAGA001. 듀얼 타임 표시 기능이 있는 월드 타임 태양광 전파시계.
“이런.”
판의 얇은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놀랍네요, 설마 열쇠를 가지고 계셨을 줄이야.”
“당연하지. 내가 왜 그런 말을 했겠어? 여긴 나의,”
남자는 말을 끊었다. 깨달았다. 여기가 자신의 미궁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그의 미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꼴이 되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무튼……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까 나에게는 이곳으로 들어갈 권리가 있어. 내 말이 틀려?”
“맞는 말씀이시죠.”
판은 혐오스럽게 길고 가는 오른팔을 허리 높이에서 굽혀, ‘어서 오세요’라고 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그의 미궁에,”
“‘그’가 아니야. 그렇지?”
바로 입을 막아 버리자, 판은 기침을 했다.
“실례했습니다. 이 미궁에 들어갔다가 나오게 되더라도, 당신이 얻는 것은 그와의 성행위뿐이에요.”
“뭐라고?”
판의 입에서 침이 끈적이며 끈처럼 흐른다.
“성행위. 섹스 말이에요. 그의 항문으로.”
“듣고 싶지 않아!”
남자는 주먹을 내리쳤다. 돌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실제로 부서졌다. 여기저기서 무언가의 잔해가 판과 남자에게 쏟아졌다.
“듣고 싶지 않아, 그런 건.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불쾌해. 그건 정말로 불쾌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저—”
“안녕, 좋은 아침이야.”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야가 흔들린다.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해 버릴걸.”
시야의 모퉁이에서 판이 화를 내지도, 웃지도 않고 같은 자세인 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잊지 마세요. 지배욕도, 보호욕도, 성욕마저도 단 하나, 사랑에 수렴한다는 것을.”
남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목이 끊어질 정도로 강하게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달려나갔다.
자신의 외침 때문에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괜찮아. 그렇게 목소리 크지 않았어.”
다소 높지만 그럼에도 차분한 목소리.
“그렇지만 신경이 쓰이네. 전에 살고 있던 곳과는 다르게 여긴 조금 벽이 얇은 편이니까.”
위로하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
이건, 케이의 목소리다. 신죠 케이, 17세, 그 목소리다.
이가와 신이치로는 그것에 답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일어서, 시계가 6시보다 15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세면대로 향했다.
세수하고, 수염을 깎고, 이를 닦는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은 33살일 터인데 40살을 넘긴 것처럼 보인다. 볼이 파여 있고, 눈 아래는 옅은 파란색에, 미간에도 깊은 주름이 잡혀있다. 눈의 출혈만은 어떻게든 해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처방된 안구 건조증 안약을 떨어뜨리며 오른쪽 눈에만 콘택트렌즈를 꼈다.
“신은 조금……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케이의 목소리가 말했다.
“어제도, 그제도, 계속 이런 느낌이었는데 역시 이상해. 그런 상태인데도 유흥업소에 가다니 말이야. 여기, 전에 있던 곳과는 다른 거 알지? 그런 가게가 여럿 있는 게 아니니까, 금방 들켜버릴 수도 있고, 소문이 퍼질 수도 있어. 그렇지만 이미 소문이 퍼졌겠지. 고등학교 교사가 유흥업소에 가다니 딱히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신이치로는 가방 안에 억지로 노트북을 쑤셔 넣는다. 15~16인치의 노트북은 어색하게 가방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미안,  설교하고 싶었던 건 아니야. 응…… 일반인이 아니라 프로니까, 계속 이러면 좋잖아, 응, 계속 계속 이러면 좋아. 이전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케이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꺼림칙하다는 것처럼.
그럼에도 신이치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이치로는 33살이니까.
신죠 케이도 33살이니까.
전 동급생이 17살 적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이 상황은 환청일 수밖에 없으니까.

2

이미 3개월 전부터 이 환청에 계속 시달리고 있었다.
딱 이 근처로 이사 오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
“뭐, 이렇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심기일전해서 환경을 바꿔 본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힘을 얻었다.
이 하얀 모래벽의, 낮에도 어두운 원룸은 겉모습대로 월세가 저렴하다. 벽이 극도로 얇아 옆집 사람의 옷이 스치는 소리마저 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목소리는 옆집 TV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았다.
케이의 목소리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을 걸었다.
“아무도 신의 수업을 안 듣네.”
수업 중 그런 목소리가 들렸을 때는, 무심코 화를 낼 뻔했다. 그런 건 알고 있다. 아무도 수업을 듣지 않고 있다는 등의 누구라도 보면 아는 일을 왜 굳이 밖으로 꺼내는 거냐, 하고.